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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Life/MyT Story

속초 라이프 _ 결정의 시작

by MyT 2020. 8. 25.

수 십년 서울에서의 삶을 되짚어 보면 늘 바쁘고 할 일이 항상 끊임없이 대기 중이었다.
아이를 낳고 3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했고, 아이가 커 가는 동안에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것이 다반사에, 휴가도 제대로 가본 적이 별로 없었다. 30대 초반에 어찌어찌 하다가 회사 대표가 돼서 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렇게 꾸려 온 것이 요즘 유행하는 '존버'이던가... ㅋ 

비행기 타는 거 부담스러워 하시는 남편 덕에 동해안으로 가끔씩 바람 쐬러 가면 설악산이 있는 속초에 주로 갔었는데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꽤 자주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속초를 기점으로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속초 지리도 눈에 익고 아는 곳도 많아지면서 속초는 더이상 낯선 휴양도시가 아닌 친근한 동네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남편과 우리도 여기서 한 번 살아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자니 갑자기 다가 온 선택의 순간에 우리 부부는 미련없이 덜컥 결정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빨리 결정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코로나 시국과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 등으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속초 건물의 매매와 등기까지 이루어졌다. 

그렇게 키를 받아들고 고3 수험생 아들의 짧은 여름방학동안 수양이나 시킬 겸 데리고 도착한 첫날 밤, 한 2년 정도 비어있던 곳이어서 우선 여기저기 청소와 환기를 시켰다. 보일러 연결을 못해 찬물에 샤워하고 서울에서는 구경조차 못해 본 시커먼 모기와 싸우면서 앉아 있자니 고3 촬스가 집에 가겠다고 쓰러진다. 
갑자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인거지...
겨우 달래서 하룻밤 지나고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 밖에 울산바위가 펼쳐져 있는 영랑호의 자태를 보니 지난 밤의 불편한 마음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이런 비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자각되면서 우리 부부가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초는 구름과 하늘이 완전 다르다.

 

쓰러져 있는 고딩~ ㅋ

 

테라스에서 바라본 영랑호와 설악산

 

보일러 온수연결을 위해 오신 가스배달차... 넘 반가워 울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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